파리 정치 대학의 명예교수이며, 2018년 1월부터는 독일 카를스루에에 위치한
조형예술대학(HFG)과 예술 미디어센터(ZKM)에 함께 소속되어 있다.
라투르는 과학기술학 분야의 개척자 중 한 사람으로 미셸 칼로(Michel Call on)
그리고 존 로(John Law) 등과 함께 행위자-연결망 이론(ANT, Actor-Network Theory)의 발전에 기여했다.
과학기술학자로서 그의 첫 단행본 저작인 [실험실 생활]에서
라투르는 실험실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오늘날의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인류학에서의
민족지 방법론을 적용하여 과학적 사실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라투르와 공저자 스티브 울가(Steve Wool gar)는 기재(inscription)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실험실에서 과학적 사실이 생산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새기다",
"각인한다"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이 "기재"의 과정은, 예를 들어 쥐와 같은
실험 동물로부터 추출된 샘플이 복잡한 장치들을 동원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마침내 하나의 곡선(curve), 다이어그램(diagram) 혹은 표(table of figures)가 되어
논문의 한 페이지에 안착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인류학자, 과학기술학, 철학자 연구자이다.
1982년부터 2006년까지 파리 국립광업 학교의 혁신사회학센터에 있었고,
2006년부터 2017년까지는 파리 정치 대학(Science Po)의 교수로 일했다.
그는 스스로 비 근대주의(non-modernism)라고 부르는,
과학기술학 분야에서의 연구에 기반을 두는 독특한 철학적 입장으로 대변되는 사상가이기도 하다.
라투르의 입장은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질 들뢰즈, 미셸 세르,
이자벨 스텡거스, 가브리엘 타르드 등의 현대 사상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 구성주의와 구별되는 라투르의 새로운 입장은 이후의 저작들에서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된다.
1987년에 출간한 [젊은 과학의 전선]에서 라투르는 과학의 내용이 자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과학적 실재론의 입장과 그 내용이 사회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회구성주의자들의 입장이 겉보기에는 대립하지만 실은 같은 실수를 저지른 결과라고 비판한다.
라투르는 실재론자들과 사회구성주의자들은 모두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재론자들은 자연이 '원인'이고 과학의 내용이 그 '결과'라고 말한다.
반면 사회구성주의자들은 사회적 요인들이 '원인'에 해당하고 과학과 자연은
그 '결과'로 산출될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연이 어떤 모습인지,
또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는 논쟁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게 라투르 주장의 핵심이다.
모든 논쟁은 이질적인 행위자(actor)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교섭하고
협상하면서 하나의 연결망(network)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라투르와 울가는 1979년에 출간된 초판본에서 사회 구성주의의 입장을 옹호했으나,
1986년에 이 책의 개정판을 출판하면서 사회 구성주의와 선을 긋고 독자적인 입장을 발전시킨다.
이는 애초의 부제였던 "과학적 사실의 사회적 구성(The Social Construction of Scientific Facts)"이
개정판에서 "과학적 사실의 구성(The Construction of Scientific Facts)"으로 바뀐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는 인간들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데,
이는 어디에서나 미생물들이 간섭하고(intervene) 행위를 하기(act) 때문이다."
『젊은 과학의 전선』에서는 이 입장이 보다 일반화된다.
모든 논쟁은 이질적인 '인간 및 비인간' 행위자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교섭하고
협상하면서 하나의 연결망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미생물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루이 파스퇴르의 연구에 대한 사례 분석인 이 책에서, 라투르는 파스퇴르와
다른 과학자들 같은 인간 행위자들뿐만 아니라 미생물까지도 고유의 행위능력을 갖고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투르는 위와 같은 연구 결과들에 기반하여,
1991년에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라는 저작을 발표하며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발전시킨다.
라투르의 주장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 사회는 언제나 연결망의 구축을 통해
자연과 문화의 하이브리드(hybrid)를 만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간과 비인간이 존재론적으로 아예 다른 범주에 속하는 것인 양 여겨왔다.
라투르는 이와 같은 이중의 이분법 구도를 근대주의 헌법(constitution)이라고 부른다.
첫째로, 이 헌법은 자연(비인간)과 문화(인간) 사이에 이분법을 수립한다.
그리고 둘째로, 이것은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작업인 번역(translation)과 사회와
자연을 분리하는 작업인 정화(purification)라는 두 가지 실천의 양상들 사이에 이분법을 수립한다.
하지만 라투르는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고 선언하는데,
이는 근대주의 헌법이 실제로는 온전하게 작동했던 적이 없음을,
요컨대 인간과 비인간이, 번역과 정화가 실질적으로 구별되어 작동한 적이 없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라투르가 말하는 정치 생태학은 근대주의 헌법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철학의 모델로서,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을 넘어서 구체적인 사태 안에서 인간과 비인간
그리고 그들 사이에 맺어진 연결망을 고려하는 방식이다.